'차 한 잔 문학 한 모금' 시리즈!
하루 중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학 작품들을 선정하여 정성껏 제작하였습니다. 스마트 기기에서 전자책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세요!
「원고료 이백원」 은 1935년 2월 『신가정』에 발표된 강경애의 단편소설이자 자전소설이다. 오랜 만에 원고료로 큰 돈이 생겼고, 이를 사사로이 쓰고 싶은 욕구와 공리적인 입장 사이에서 방황하는 화자의 내적 갈등을 동생 K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 작품 맛보기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나'는 때때로 학비를 내지 못해 학교에서도 눈칫밥을 먹는 신세였다. 형편이 넉넉한 아이들이 다니는 여학교에서 학용품 살 돈도 없어 남의 책을 빌리거나 동무의 붓을 훔치려다 선생님한테 꾸지람을 듣는다. 그렇게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나'가 D신문에 장편소설을 연재하여 원고료로 꽤 큰 돈도 받게 된다. 그래서 이 돈으로 그동안 갖고 싶었던 털외투, 목도리, 구두, 금반지, 시계 등을 살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 작품 속으로
"그래 당신은 그 돈을 어떻게 썼으면 좋을 듯싶소?"
그 물음에 나는 혀를 깨물고 참았던 눈물이 샘솟듯 쏟아지더구나. 그 순간에 남편이야말로 돌이나 깎아논 듯 그렇게도 답답하고 안타깝게 내 눈에 비취어지더구나. 무엇보다도 제가 결혼 당시에 있어서도 남들이 다하는 결혼반지 하나 못해 주었고 구두 한 켤레 못 사주지 않었겠니. 물론 그것이야 제가 돈이 없어서 그리한 것이니 내가 그만한 것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이 생긴 오늘에 그것도 남편이 번 것도 아니오 내 손으로 번 돈을 가지고 평생의 원이던 반지나 혹은 구두나를 선선히 해 신으라는 것이 떳떳한 일이 아니겠니. 그런데 이 등신 같은 사내는 그런 것은 염두에도 먹지 않는 모양이더라. 나는 이것이 무엇보다도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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