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금수회의록

'차 한 잔 문학 한 모금' 시리즈!
하루 중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학 작품들을 선정하여 정성껏 제작하였습니다. 스마트 기기에서 전자책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세요!

안국선 단편소설, <금수회의록>

「금수회의록」 은 안국선(安國善)이 지은 신소설이다. 1909년 언론출판규제법에 따라 금서 조치가 내려진 작품으로, 동물들을 통하여 인간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풍자한 우화소설(寓話小說)이다. 

작품 맛보기

이야기는 화자(話者)가 금수의 세상만도 못한 인간세상을 한탄한 뒤, 꿈속에 금수회의소에 들어가 그들의 회의를 목격하는 서언(序言)으로 시작된다. 회장이 나와서 금수회의의 개회취지를 밝히고, 이 세상 인간들의 부패함을 언급한 뒤, 사람된 자의 책임, 사람들 행위의 옳고 그름, 현재 인류 자격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가려낼 일을 논의하자고 제시한다. 그 다음에 까마귀, 여우, 개구리, 벌, 게, 파리, 호랑이, 원앙이 차례로 연단에 올라 자신들에게 덧씌워진 오명을 해명하고 인간들이 저지르는 폐단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작품 속으로

전인의 말씀을 듣든지 역사를 보든지 옛적 사람은 양심이 있어 천리(天理)를 순종하여 하느님께 가까웠거늘, 지금 세상은 인문이 결딴나서 도덕도 없어지고, 의리도 없어지고, 염치도 없어지고, 절개도 없어져서, 사람마다 더럽고 흐린 풍랑에 빠지고 헤어나올 줄 몰라서 온 세상이 다 악한 고로, 그름․옳음을 분별치 못하여 악독하기로 유명한 도척(盜甁)이 같은 도적놈은 청천백일에 사마(士馬)를 달려 왕궁 극도에 횡행하되 사람이 보고 이상히 여기지 아니하고, 안자(顔子)같이 착한 사람이 누항(陋巷)에 있어서 한 도시락밥을 먹고 한 표주박물을 마시며 간난을 견디지 못하되 한 사람도 불쌍히 여기지 아니하니, 슬프다!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거꾸로 되고 충신과 역적이 바뀌었도다. 이같이 천리에 어기어지고 덕의가 없어서 더럽고, 어둡고, 어리석고, 악독하여 금수(禽獸)만도 못한 이 세상을 장차 어찌하면 좋을꼬?